개요
어느 날 살이 쪽 빠진 후배가 찾아왔다. 항상 넉넉한 풍채를 자랑하던 친군데 나(헤드헌터)를 찾아왔으니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갔다. 나름 지인 등을 통해 여기저기 알아보았겠지만, 잘 안된 모양이다. 다이어트 중에는 '마음고생' 다이어트가 빠지는 속도는 제일 빠르다더니 참 그 말이 이해가 갔다.
대화
나> "시간이 얼마나 있냐?"
그> "3개월 내에 정리해 달래요.."
나> "그 동안은 월급 다 제대로 준다던?"
그> "네.."
나> "한번 알아보자"
급작스럽게 통보를 받았다. 고 한다.
여기저기 뒤져 보는데, 영 받아 주는 곳이 잘 안 나선다.
나> "밥은 좀 먹냐??"
그> "그냥 입맛이 없어요"
나> "잠은??"
그> "잘 못 자지요 뭐"
나> "술은?
그> "많인 안 해요"
나> "밤에 TV 보지 말고 일찍 자!!"
그> "네"
2개월 만에 7kg이 빠졌다. 사실 돈나올 구멍이 직장 밖에 없는 직장인이 직장으로부터 '그만하자'는 퇴직 통보를 받는 것은 거의 '죽음'에 가까운 일이다. 더구나 '처자'를 거느린 가장이 젊지도 않은 나이에 이런 통보를 받으면 삶은 한 순간 '지옥'으로 바뀌고 마음은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새까매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그러나 실의와 불안에 빠진 마음으로 건강을 잘 돌본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이럴 때 주변 사람들이 중요하다. 용기를 북돋아 주고 믿음을 보내고 건강을 챙겨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 "제수씨껜 말했냐??"
그> "네 말했어요"
나> "따로 숨긴 건 없고"
그> "네 저희 원래 비밀은 별로 없었어요."
나> "다행이네"
나> "전별금은 좀 준대??"
그> "2개월 치요"
나> "모아논 건?"
그> "별로 없어요"
이런 일을 자주 대하다 보면 상당히 많은 경우에 부부 사이에 돈에 관한 비밀이 있는 경우를 만날 수 있다. 남자가 부인 몰래 주식에 투자했다가 빚이 좀 있는 상태이거나, 어딘가에 주기적으로 돈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거나, 심하면 여자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직장에서 '정리' 통보를 받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배우자에게 솔직히 있는 그대로 다 말하는 것이다. 자존심에 죄책감에 책임감에 말을 못 하면 못할수록 문제는 깊어지고 해결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그리고 돈에 관한 '비밀'은 상대방 앞에서 '탁' 깨 놓는 순간 해결이 시작된다. 깨 놓지 못하면 해결되지 않는다.
나> "막내 몇 살이지??"
그> "이제 초등학생이에요"
나> "제수씨는 뭐 좀 할 줄 아시는 거 없냐?"
그> "별로 없어요."
나> "뭐라도 해보시라고 말할 수 있어?"
그> "그런 말을 어떻게 해요"
아직 자존심이 다 안 죽었다. 이 놈에 교만이 다 죽는 날 아마 재취업이 될 것이다. 사실 막내의 나이를 기준으로 얼마나 더 일해야 하는지 가늠해 보는 것은 아마 모든 가장들의 공통적인 모습일 것이다. 물론 책임감 때문에 그러는 것이니 좋게 볼 일이지만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다. 6.25 때 아버지들이 얼마나 많이 돌아가셨는지 생각해 보아라. 그렇다고 그 아이들이 모두 비참해졌을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그저 가장인 너의 생각일 뿐 그것 때문에 너무 소심해지거나 비굴해질 필요는 없다. 그리고 사회생활이란 당당함도 필요하기 때문에 너무 그런 식으로 의기소침해지는 것이 꼭 좋은 건 아니다.
아내에게 능력이 있으면 부담이 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 만약에 내가 정말로 집에서 놀고 아내가 출근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잠깐은 그럴 수 있으나, 아마 그 문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론
다시 두 달 뒤 바짝 마른 몸매로 재취업이 되었다. 제수씨도 뭔가를 배우기 시작했고, 부부간에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더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 듯 보인다.
이런 일을 통해 아이들도 조금씩 철이 든다. 너무 일찍 드는 건 좋은 일이 아니지만, 이미 어느 정도의 연령을 지났으면 이런 일도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특히나 딸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모르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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