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일을 겪는다. 어떤 회사로부터 "구조조정 대상자"로 지정을 받으신 분이 이력서를 보내 주시는 일, 이전에 이미 친분이 있던 분이면 사정도 들어보고 조건도 알아보고 여기저기 자리도 찾아보고 그러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사실은 별로 신경을 못쓰고 집중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해보니, 이분이 급한 마음에 이미 너무 많은 헤드헌터와 연락을 하고 있고, 또 너무 많은 곳에 이력서들을 다 뿌려 놓았기 때문에, 내가 추천하는 포지션들에 이미 거의 다 지원을 해 놓은 상태인 경우도 많고, 내가 추천한 포지션에 지원은 하더라도 나중에 이 사람이 과연 내가 추천한 회사에 합격을 해도 입사를 할지?? 아니면 그냥 다른 곳으로 튈지 상황상 알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험으로 말한다면 이런 분들은 거의 7~80% 이상의 확률로 내가 추천한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튄다. 왜냐하면 후보자가 아주 무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렇게 열심히 자리를 찾으면 1~2개월 안에 동시에 여러 군데를 합격 하게될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이분은 그곳들 중에서 한 곳을 골라서 가게 되기 때문에, 내 포지션은 그 여러 곳들 중에 한 곳이니, 결국 "(1-1/n)" 확률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문제라기 보다는 오히려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원래 헤드헌팅이라는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이고, 그 원리를 제대로 잘 이용한 그 후보자는 매우 똑똑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헤드헌테에게는 문제가 된다. 단순히 한 사람을 놓쳐서 돈을 못 벌게 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헤드헌터에게 일어나는 진짜 문제는 자기 고객사에게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채용사 인사부나 좋아하는 헤드헌터란 "좋은 인재를 소재해 주는 헤드헌터"이고, 또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그 헤드헌터의 소개로 들어온 직원이 아주 오랫동안 잘 다니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 요소로 헤드헌터는 자기 고객에게 평사를 받고 신뢰를 얻게 된다.
그런데 이리저리 면접 스케줄과 연봉 조건 등등을 다 맞춰서 결제까지 다 맡아서 '최종합격'을 시켜 줬더니, 2등 이하 다른 후보자들을 모두 다 떨어트리고 나서, "그 후보자가 오지 않겠다."라고 한다면 혹은 "다른 회사로 가겠다."라고 한다면, 그 채용담당자는 힘도 들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개한 "헤드헌터를 믿지 못하게 된다"
물론 딱 한번의 그런 일로 그렇게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일은 원래 있을 수는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누구라도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는 헤드헌터보다는 그렇지 않은 헤드헌터를 더 신뢰하게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므로 헤드헌터는 이렇게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신 분이 이력서'를 보내 주시면, 잘못하다가는 '남는 것' 하나도 없이, 괜히 일만 해주고, 내 고객사에게 점수만 깍일 수도 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은 약간은 불편한 염려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먼저 사람을 잘 보고 '이말 저말'을 괜히 시켜 본다. 다른 헤드헌터들과 여러 명 연락해도 되고, 온갖 지인에게 다 이력서를 돌려도 되는데, 다만, 그곳이 어디든 "2차 면접 이상 진도가 나가는 곳이 생기면 나에게도 미리 알려 달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도 미리 알면 미리 대책을 세워두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이야기를 해보니, 구조조정이라는 상황 자체로 너무 정신이 없다든가, 벌려 놓은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 스케줄들을 다 소화를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든가, 무엇을 말해도 신경을 못 쓰고 들은 척 만 척한다든가, 너무 우울해하고 있다든가, 한두 번이라도 전화나 문자 같은 사소한 일들도 약속을 어기던가 너무 오래 지체를 한다든가 하면, 헤드헌터는 마음속으로 그 후보자를 그냥 접는다.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일인데 상대가 성의 있게 나오지 않으면 내가 열심히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헤드헌팅 일감이 그것 하나뿐이진 않으니까, 그냥 이걸 접고 다른 일에 더 집중하고 만다.
이런 말을 굳이 하는 이유는, 후보자 입장에서는 "나는 구조조정을 당해서 급해 죽겠는데, 자기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너무 한가하게 유유자적한 것 같다."는 불평을 마음 속으로 가지신 분들이 간혹 계실까 봐, 헤드헌터의 이런 입장도 있다는 걸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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