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래된 영화이다. 30년 전 깐느에서 여러상을 받았으나 정작 중국에서는 상영금지가 되었던 그 영화, 너무 오랫만에 보았지만 너무 감동적이어서 한인생을 관통하는 역사의 힘을 느낀다.
대지주의 아들 갈우는 도박으로 전재산을 탕진하고 대저택 마저 다 날리자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화병으로 앓어 눕는 와중에 아내마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 버린다. 먹고 살기 위해 장에 나가 무언가를 팔아보려고 했으나 평생을 고생한번 해보지 않은 그가 장사를 잘할 리가 없었다.
집을 나갔던 아내는 아들을 낳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고, 정신을 차린 가장은 '인형극 세트'를 하나 얻어서 공연을 하러 다니면서 번 돈으로 가족들을 부양한다. 가정은 예전 보다 물론 가난했으나, 화목하고 단란하게 살 수 있어서 나름 행복한 시간들이 지나간다.
갈우는 국공내전의 발발로 어딘가에서 공연을 하던 도중 갑자기 난입된 국민군에게 납치되어 강제로 징집되고 7년의 전쟁 동안 전쟁터를 끌려 다니며 온갖 노역을 하던 끝에 속한 부대가 공산군에 전멸을 당하고 자기와 친구 한명만 공산군에게 포로로 잡혀가게 된다. 끌려간 곳에서 다시 '인형극'으로 공산군들을 위로해 주면서 끌려 다니다가 그의 공연을 좋아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공산군'에 다시 입대하게 되고, 계속 전쟁터를 끌려 다니던 중 전쟁이 끝나고 '전역 확인서'를 받아서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살아서 반겨 주었는데 딸이 그만 열병으로 말을 잃어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이 태반인 긴 전쟁 동안 모두 살아있는 것만 해도 너무 기쁜 일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마을에는 공산통치가 시작되고, 도박으로 갈우의 집과 농토를 모두 따간 그 사람은 '악덕 지주'로 몰려 총살을 당하고 만다. 갈우는 그때 내가 집과 땅을 도박으로 잃지 않았다면 내가 총살을 당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국민총동원령으로 아직 어린아이였던 아들까지 제철/제강 일에 늘상 동원되었는데, 그 노동이 너무 힘든 아들아이는 수시로 아무데서나 잠들곤 했다. 그날도 어느 그늘진 담벼락 밑에서 잠이 들었다가, 후진하던 짚차가 그 담을 들이 받아서 그 담이 무너지는 바람에 거기에 깔려서 죽고 만다. 공황과 발작에 빠진 부부 앞에 그 짚차의 운전수가 불려져 왔는데 그는 예전 전쟁터에서 국민군이 전멸 당할 때, 갈우와 단둘이 살아남은 둘도 없는 전우 였다. 이 기막힌 운명 앞에 갈우는 폭주하고 공리는 기절할듯 발악하지만,, 그 뒤로 그 전우는 꽤 높은 지위에 오르지만 갈우 부부는 그를 멀리한다. 나중에 그 전우는 숙청을 당하게 되어 아내가 자살을 하는데, 그러자 그는 전재산을 갈우에게 남기고 사과하며 멀리 떠난다.
벙어리 딸은 성년이 되어 인근에 어느 한쪽다리가 좀 불편한 사내와 결혼을 하여 아이를 임신한다. 그러나 지식인과 오래된 것을 타파하라는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병원에는 어린 실습학생들만 남게 되고, 출산을 하는 와중에 생긴 출혈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학생도 치료를 할 줄 몰라 우왕좌왕 하는 와중에 그만 죽고 만다.
시간이 지나 노인이된 갈우와 공리 부부 그리고 딸이 남기고간 손자가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도 드나들며 잘하는 살가운 사위가 가끔씩 보인다. 어느날 어려서 떠난 아들과 출산 중 사망한 딸의 무덤에 손자를 데리고와 지나간 옛일들을 추억하는 것으로 이 영화는 끝난다.
에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영화리뷰를 이렇게 쓰지 않는다. 줄거리는 각자 알아서 보면 되는 것이므로 자세히 적지 않고 내가 보고 느낀 것만 쓰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럴 수가 없었다. 너무나 가슴을 울리는 그 이야기들 자체가 가슴에 너무 많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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